따사로운 햇살에 눈부신 5월, 우리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가족처럼, 중구의 품 안에도 우리를 반기는 남산자락숲길이 있습니다. 중구를 사랑하는 인플루언서가 직접 걸으며 발견한, 우리 동네의 보석 같은 숲길 코스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초록빛 선물 속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걸어 보는건 어떨까요? 서로의 보폭에 발을 맞추며 나누는 다정한 대화는, 우리 가족의 시간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걷는다는 것, 삶을 흐르게 하는 마법
다시 걷는다는 것. 그것은 두 발의 위치를 옮기는 물리적 이동, 그 이상의 의미와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4년 전, 눈 덮인 겨울산을 내려오다 허리를 다쳤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그 사고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죠. 한라산 정상을 거뜬히 오르내리던 다리는 힘을 잃었고, 통증보다 무서운 건 지독한 번아웃이었습니다. 무기력한 반년을 보낸 이듬해 5월, 우연히 찾은 남산 입구. 눈이 시릴 만큼 푸른 그 풍경에 이끌려 무작정 경사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서울타워까지 오르는 데 반나절, 내려왔을 때는 야경이 펼쳐진 밤이었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날 이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과 코끝을 스치는 흙냄새에 멈춰 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입니다. 걷는다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멈춘 삶을 다시 흐르게 하는 재개이자 회복이었습니다.
나도 한번 중구에서 살고 싶다
지독한 무기력을 털어내고 다시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 제가 여러분께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남산자락숲길’입니다.
무학봉에서 시작해 매봉산, 금호산을 지나 국립극장(반얀트리)까지 이어지는 총 5.52km의 자연친화적 숲길이죠. 남산의 울창함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면서도 평균 경사율을 8% 미만으로 유지해,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도 부담 없이 숲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 수 있는 곳입니다. 처음 이 길을 만났을 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멋진 ‘숲 뷰’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감동이었습니다.

▲ 한양도성 성곽길 구간
누구에게나 평등한 길, 가파름 대신 여유를
특히 버티고개역에서 국립극장으로 이어지는 3구간은 계단과 턱이 전혀 없는 ‘무장애 친화 숲길’의 정점입니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자유롭게 교행할 수 있을 만큼 길의 폭이 넉넉하고 평탄하여, 임산부나 어르신처럼 무릎이 좋지 않은 분들도 아무런 제약 없이 남산의 품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만드는 방식 또한 인상적입니다.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데크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 기존 수목을 보존하고, 꽃과 나무가 가득한 숲이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덕분에 데크 위를 걷다 보면 새로 난 여린 연둣빛 잎사귀와 계절에 피어난 꽃을 눈앞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숲을 올려다보는 게 아니라 함께 걷는다는 평등한 감각, 그 시선이 무기력했던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주는 길의 매력입니다.

▲ 무장애 데크 구간
구간마다 펼쳐지는 다채로운 즐거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6호선 버티고개역을 추천합니다. 3번 출구에서 5분만 걸으면 숲길 진입로와 바로 연결되어 별다른 결심 없이도 가볍게 발을 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롯데타워와 한강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에 끌린다면 매봉산 정상 방향으로 향해보세요. 15분이면 서울 도심을 특별한 각도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산 방향을 택하면 지그재그 모양으로 설계된 완만한 데크길이 이어집니다. 구간마다 즐거움도 다양합니다. 금호산 방향에는 전망대와 맨발황톳길, 유아숲체험장이 있어 아이 손을 잡고 오기에 제격입니다. 푹신하게 조성된 자연 놀이터는 키즈카페에서 채우지 못할 소리와 감각 자극이 가득하죠. 무학봉 쪽은 대현산배수지 공원과 연결되는데, 이곳에선 서울 유일의 주택가 모노레일을 체험하는 이색적인 재미가 기다립니다. 국립극장 방향의 한양도성 길을 걷다 보면, 묵직한 성곽 돌담 곁에서 서울의 오랜 시간을 실감하게 됩니다.
최근 장충단공원 구름다리 조성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끊어진 구간이 이어져 이곳 남산타워까지 오롯이 걸어서 닿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들뜹니다.


▲ 매봉산 정상 전망대
5월, 당신에게 건네는 초록의 위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남산자락숲길은 온통 연둣빛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직 짙어지기 전, 막 피어나는 그 빛깔을 즐기기 위한 준비물은 편한 신발 한 켤레와 물 한 병이면 충분합니다. 걷다 지치면 언제든 곳곳에 마련된 13곳의 진출입로를 통해 자유롭게 내려올 수 있다는 것도 이 길의 큰 매력입니다.
지하철 접근성 또한 훌륭합니다. 버티고개역은 물론 약수역(3·6호선)이나 신금호역(5호선)에서도 도보 10분 내외면 숲길에 닿을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마음의 회복과 의욕을 선물 받았던 남산의 에너지가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번 가정의 달, 누군가는 시간을 내어 멀리 찾아와야만 만날 수 있는 이 남산자락숲길을 여러분에게는 일상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중구의 남산자락숲길을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남산자락숲길 포토 스팟 가이드
꽃 기운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다
화기애애 [花氣愛愛]
① 버티고개역 진입 데크 초입 “5분만 걸어도 숲속”
추천 대상 중년·어르신 / 짧게 걷고 인생샷 건지고 싶은 분
6호선 버티고개역 3번 출구에서 5분이면 닿는 황금 입구. 경사 없는 넓은 데크에서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숲 터널 구도나 빛 샤워 컷을 담아보세요.

② 금호산 방향 꽃길 구간 “평생 꽃길만 걸어요”
추천 대상 부부·연인
5월엔 연초록 신록 사이로 철쭉과 이팝나무등 늦 봄꽃이 흐드러지는 로맨스 구간. 꽃나무 아래 앞서 걷는 뒷모습이나 황혼 무렵 실루엣 컷이 잘 어울립니다.

③ 버티고개~국립극장 무장애 데크 구간 “유모차도 걱정 없어요”
추천 대상 영유아 동반 가족
계단도 턱도 없는 넓고 평탄한 데크. 유모차를 밀며 걷는 옆모습이나 아이가 나뭇잎을 만지는 클로즈업 컷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담을 수 있습니다.
④ 매봉산 정상 전망대 “서울이 다 보여요”
추천 대상 전 연령 / 뷰 맛집 인증샷 원하는 분
15분이면 닿는 뷰 맛집. 롯데월드타워·한강·남산타워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으며, 오후 2~4시가 인물과 배경 모두 살아나는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⑤ 한양도성 성곽길 구간 “600년 서울과 함께”
추천 대상 역사·감성 사진을 좋아하는 분 / 중장년 가족
조선시대 성곽과 현대 도시가 겹쳐지는 감동적인 구간. 돌담을 배경으로 인물을 작게 넣는 웅장한 구도나 성벽 틈새를 액자 삼은 컷을 추천합니다.

송희경(2기 중구인플루언서)
송희경(중구인플루언서 2기) 님은 20년 차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이자, 인스타그램 팔로워 53만 명을 보유한 서울 토박이 크리에이터. 명동스퀘어 미디어파사드부터 힙지로·힙당동, 정동야행까지 중구의 다양한 공간과 감성을 콘텐츠로 담아온 영상 제작 전문가다.
- 등록일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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