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의 51개 전통시장은 과거의 전통을 바탕으로 미래의 변화와 도약을 모색 중이다. 시장 각각이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며, 상권발전소의 체계적 관리와 아케이드 현대화 사업을 통해 명실상부한 ‘1등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구 전통시장의 미래를 풀어본다.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중구 전통시장
서울남대문시장(1964년 개설)과 신중앙시장(1962년 개설)은 오랜 전통만큼 시설이 낡고 노후화되어있다. 최근 두 시장은 시장 이용객들이 쾌적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시장의 얼굴과 기능 자체를 재설계하는 아케이드(Arcade)를 설치하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를 형상화한 남대문시장 아케이드와 따뜻한 목구조로 전통적 이미지를 구현한 신중앙시장 아케이드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해 서울의 대표 시장이자 관광명소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서 ‘아케이드’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19세기 파리의 아케이드를 근대 소비문화의 상징이자 자본주의의 진열장으로 보았다.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19세기 파리의 유리 지붕이 덮인 통로를 근대 소비문화의 실험실로 해석한 방대한 기획이었다. 아케이드 안에는 상품은 물론 꿈, 욕망, 도시의 풍경과 일상이 함께 전시된다. 서울 중구가 전통시장에 도입하려는 아케이드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장을 사회문화적 공간이자 경제적 엔진으로 재구성하려는 장치다.
▲ 남대문시장 아케이드 조감도
▲ 남대문시장 아케이드 내부 조감도
▲ 신중앙시장 아케이드 외부 조감도
▲ 신중앙시장 전면 조감도
전통시장,
비 걱정 없는 쇼핑 거리로 변신
전통시장의 상권 변화 측면에서 볼 때 아케이드를 설치하면 기존 고객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날씨나 환경 여건에 따라 고객의 발길이 끊기는 전통시장의 한계도 아케이드가 설치되면 해소될 것이다. 쾌적한 환경은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고, 공간의 미관 개선은 시장 상인들의 상품 진열 방식과 서비스 태도까지 변화시킬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값이 싸니까 가던 전통시장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가격에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다.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문화마당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만하다. 아케이드는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에게는 만남과 휴식의 공간이자 문화 활동의 거점이 된다. 여기에 지역 예술인과 상인들이 협력해 주말 라이브 공연 등을 시도한다면 시장은 일상의 축제 공간이 될 수 있다. 벤야민이 아케이드를 ‘도시 산책자의 꿈의 통로’라고 묘사했듯이, 남대문시장과 신중앙시장의 아케이드는 주민들이 스치듯 만나 문화적 자극을 받는 도시의 거실로 거듭날 수 있다.
관광객의 유입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전통시장은 현지 생활문화의 압축판이자 여행 경험의 필수 코스다. 아케이드 설치가 마무리되면, 전통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는 곳을 넘어 ‘사진 찍고 머물고 싶은 명소’로 도약할 것이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남대문시장과 신중앙시장에 고객의 재방문을 유인하고 주변 상권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전통시장,
‘내편중구’의 얼굴로 다시 태어나
나아가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내편중구’라는 중구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데도 기여한다. 내편중구의 지향점은 행정 구호를 넘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내편’처럼 느끼는 친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있다. 전통시장 현대화는 바로 그 체감 지점을 만들어낸다. 주민에게는 생활편의와 지역 자긍심을, 관광객에게는 독특한 경험과 환대를 제공함으로써, 내편중구는 생활과 관광, 전통과 현대를 잇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설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인들의 서비스 역량 강화, 상품 다양화, 디지털 결제와 온라인 홍보 확대 등 소프트웨어 혁신이 병행돼야 하는데 바로 ‘중구 상권발전소’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남대문시장과 신중앙시장의 아케이드는 단지 비를 피하는 지붕이 아니라, 전통의 외형을 유지한 채 내용은 현대적으로 채우는 도시 문화의 재발명이다. 전통시장이 과거의 향수 속에 머무르지 않고, 내일의 활력을 품은 공간으로 거듭날 때, 시민들은 ‘내편중구’를 더 깊이 체감할 것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전 한국광고학회장)
중구 상권발전소, 전통시장 르네상스 이끈다!
중구의 상권관리 전문기구인 ‘중구 전통시장 상권발전소’가 올해 초 기획재정부 고시에 따라 신규 공익법인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4월 민관협력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상권발전소는, 공익법인 전환을 통해 활동 영역을 한층 넓힐 수 있게 됐다. 특히, 기부금을 통한 공익사업 추진이 가능해져 지역기업과 연계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과 대·중·소 유통 협력사업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 ‘중구상권발전소’ 행사 현장
상권발전소 이런 일을 해요
상인 맞춤형 지원
-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교육
- 홍보·마케팅 전략, 메뉴 개발 등 실무 중심의 맞춤형 컨설팅
▲ 골목형상점가 컨설팅 모습
전문가를 통한 상권 활성화 전략 강화
- 마케팅, 유통, 교육, 축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 운영
- 외부 공모사업 전문가 사전검토제 도입으로 전략적으로 대응
주민과 함께 즐기고 성장하는 상권
- 비효율적인 일회성 행사 지양, 지역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상권문화 조성
- 이동형 장터 운영으로 전통시장 상품 판매 및 환급 행사 진행
전통시장과 ☎02-3396-5053
중구 상권발전소와 중구투어패스가 만나다!
중구 상권발전소와 협업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중구투어패스와 전통시장이 만나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대상 중구투어패스 소지 내·외국인 관광객
내용 전통시장 명물(중부시장 김, 건어물 등), 홍보 리플릿 제공, 할인이벤트, 축제 참여 등
일정 9월-신중부시장, 10월-충무공 이순신 위크, 11월-신당중앙시장
체육관광과 ☎02-3396-4643
- 등록일 : 202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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